“이지현, 왜 이래?”
“……갔어.”
“뭐가 갔다는 거야? 뭐라고?”
“내 휴대폰이…… 갔다고.”
지수는 천천히 지현의 손바닥 위에 누워 있는 휴대폰을 바라보며 눈을 부릅떴다.
“야, 너 미쳤어? 얘가 왜 이렇게 식은땀을 흘리고 있어?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손 씻다가 빠진 거야? 괜찮아! 헹구면 되지! 변기에 빠진 것만 아니면…….”
변기라는 말에 지현의 눈에서 눈물이 차올랐다. 하지만 지현은 입술을 앙다문 채 끝까지 울지 않았다. 지수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아니, 이런 병신을 봤나.’
지현은 지수의 표정에 떠오른 말을 읽었지만 자신의 휴대폰만 넋 놓은 채 바라보았고, 지수는 뒤늦게 방에 있는 드라이를 꺼내며 말했다.
“야, 우선 전원 켜지 말고 드라이로 말리자!"
지수가 바쁘게 오가며 휴대폰 심폐소생술에 사력을 다했다. 지현은 지수를 보조하며 휴대폰을 극진히 살폈다. 그러면서 지현은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다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제는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사태 수습에만 힘쓰면 된다고 억지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 일’이 일어날 때까지는 말이었다.
‘따르르르릉.’
“야, 너 가서 전화 받아. 부모님 주무시니까.”
“응.”
지현이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이지현.
듣기 좋을 만큼 낮은 남자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렸다.
“네, 접니다. 누구세요?”
-집 앞이다. 나와.
“네?”
이게 무슨 말인가. 신종 장난전화인가 싶어 전화를 끊으려고 하니 상대방이 자신의 이름을 똑똑히 부른 것이 생각났다. 지현은 인상을 찌푸린 채 수화기를 노려보았다.
“누구세요?”
-내놔야 할 거 아냐.
“뭘요? 뭘 내놓으라고 하시는 거예요?”
-설마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던 거냐. 하아.
수화기 너머에서 긴 한숨 소리가 들렸다.
“우선 누군지부터 밝혀야 하는 게 예의 아니에요?”
-밤길, 술집 하면 기억 나냐?
가로등 불빛 아래서 봤던 남자의 잘생긴 얼굴과 범접할 수 없던 분위기가 본 것처럼 생생하게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남자가 이 시간에 왜 남의 집에 전화를 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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