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는 자신의 손등 위로 올려 진 그의 손길을 느꼈다. 눈을 떠서 보니 그의 눈빛이 아련하다. 보이지 않을 만큼 작게 떨리는 그의 턱이 그녀의 시선 안에 들어왔다. 그의 손이 가만히 그녀의 붕대를 찾았다.
선우는 힘없이 그에게 붕대를 건네주고 말았다. 잠시 붕대 뭉치를 들고 만지작거리던 지욱이 그녀가 돌려왔던 반대 방향으로 그녀의 붕대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선우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실망 했어요. 남자가 아니라서?”
“…….”
지욱은 아무 말 없이 붕대만을 풀어내고 있었다. 붉게 얼룩진 그녀의 살빛이 조금씩 드러나자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하고 얼마나 답답했을 것인가.
알고 있다는 걸 미리 말해줄 걸 그랬어.
갑자기 선우의 손이 올라와 마지막 남은 붕대 끝을 잡았다. 눈을 들어 지욱을 바라봤다.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있다. 지욱이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 여기서 나가야해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의 목소리가 갈라져서 나왔다.
“여자니까…… 당신은 여자 안 좋아 하잖아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소중한 사람을 날마다 울린다.
밖에서 빵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공항까지 장혁이가 동행할 모양이다. 시간 안에 공항에 도착하려면 지금 나가야 한다. 시간이 없다.
젠장…….
지욱은 선우의 얼굴을 들어 자신을 향하게 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녀의 겁먹은 눈이 조금씩 흔들거렸다. 그가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따스하게 입을 맞췄다. 눈물이 입술에 묻어 잠시 짭짜름함을 느꼈다. 선우의 얼굴에 슬쩍 당황하는 빛이 스쳤다.
“여자도…….”
건조한 그의 목소리.
“……좋아해.”
그의 눈을 보니 안쓰러움이 가득 물들어있다. 나보다도 당황하지 않는 당신…….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알고 있었어요?”
“…….”
지욱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그래도?”
그가 손을 들어 선우의 눈가를 닦아 주었다.
“너라면 남자여도 여자여도 좋아. 됐니?”
지욱이 웃어주었다.
선우는 눈앞이 아득해졌다. 현기증이 일어났다.

<너라면 남자여도 여자여도 좋아. 됐니?>

지욱의 목소리가 오랫동안 선우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고장 난 녹음기에서 되풀이 되듯 그렇게 계속해서 그녀의 귓가를 맴돌았다.

71년생, 게자리, 자유분방한 B형
2006년 로망띠끄에서 겨울나비라는 닉넴으로 <등 뒤에서 너를 안으면>을 연재
2007년 <봄엔비> 연재중
로맨스소설 읽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던 것이 결국은 직접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됨.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로맨스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얘기쟁이.
현재, 두 아이의 엄마이며, 온고을 옆 보석동네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표준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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