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
사지육신 멀쩡하고, 은근과 끈기, 질긴 지구력 같은 인내심을 가진 자 요망.
그리고 책임감까지는 필요 없지만 지나치게 뺀질거리지 말 것.
청소 적당히, 설거지 적당히.
대충하는 것은 봐주지만 숙식할 시 주인의 술에는 절대 손대지 말 것.
시간과 급료는 서로 상의 하에 결정함.


“머물 곳 찾는 데로 바로 옮길게요.”
“안 돼.”
“지금 ‘안 돼’라고 하셨나요?”
“그래.”
입에서 뿌연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양우가 대답했다.
“왜요?”
“너도 이제 사건의 공범이 됐으니까.”
“고, 공범이라뇨?”
이번에는 해라가 말을 더듬었다. 양우는 그렇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이며 봉팔을 보았다.
“내일 귀국한다고 해서 오늘 너와 상의하려 했는데, 노친네들이 하루 먼저 들어올지 누가 알았겠냐고…….”
자신도 억울하다는 듯이 봉팔이 양우 대신 나서며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등을 돌리고 서 있던 해라는 가까운 창으로 다가가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물밀듯이 들어와 폐부 깊숙이 파고들었다.
“공범과 봉팔 씨 부모님 귀국이 무슨 상관인데요?”
“알바비 더블.”
말도 안 된다는 그녀의 질문에 양우는 생뚱맞게 대답했다. 봉팔도 예상을 못 했는지 놀란 눈으로 친구를 돌아보았다.
“무슨 소리…….”
“더, 더블.”
딱딱하게 굳어 있던 해라의 눈이 번뜩이는 것을 보며 양우가 말을 이었다.
“한 달 치 선불. 기간 안에 해결이 돼도 돈은 회수 안 해.”
양우는 다른 곳을 응시하는 해라의 머릿속에서 주판알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녀의 대학 등록금의 과반수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니 해라는 분명 넘어올 것이었다.
“사기, 공갈, 협박. 폭행. 뭐 해야 하는데요?”
‘얼씨구나’ 하고 그녀가 하겠다고 손을 번쩍 들 줄 알았던 양우는 허를 찌르는 질문에 움찔했다. 웬만한 사람의 속은 읽는다고 자부하는 양우였지만 해라가 가끔 던지는 말은 4차원 세계의 외계어 같았다. 지금도 간단히 ‘하겠다.’ ‘말겠다.’라는 말만 하면 될 것을 그녀는 자신을 폭력배 하청시키는 조폭 두목처럼 만들어 버렸다. 그녀가 내뱉는 말 중에 양우는 가장 근접한 말을 지목했다.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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