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격동의 중국. 

샤오메이는 이혼을 하고 친정인 소흥으로 돌아간다. 

가난한 살림에 팔려가듯 떠나간 고향으로 5년 만에 돌아온 그녀. 

하지만 친정의 가세는 여전히 여의치 않고……

가문의 부흥을 위해 그녀는 다시 맞선을 보러 나가게 된다.

한편,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번창한 상회의 서출 주자랑은 영국으로 유학까지 다녀온 당대의 신지식인.

청운의 꿈을 안고 돌아왔지만 사회적인 제약에 그대로 주저앉고 만다.

천연덕스럽게 웃는 모습 뒤로 지식인의 고뇌가 숨겨져 있다.

그런 그가 우연히 만난 샤오메이에게 연정을 느끼는데…… 

“흔히 여인을 꽃에 비유하지. 그것은 단순히 여인이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그 성정이 꽃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오. 꽃은 피지요. 자신을 지켜보고 아름답다고 현혹될 사람을 위해서. 꽃은 지지요. 자신을 지켜보고 아름답다고 현혹될 사람이 없어지면 말이오. 당신은 꽃입니다. 일찍부터 피어있었지만 불행하게도 아무도 현혹되지를 않았지. 아니, 당신은 많은 사람을 원하지도 않았소. 한 사람이면 충분했으니까. 현혹되지 않았던 것은 그 사람이지. 자신이 현혹시키고 싶은 사람이 이미 다른 꽃을 사랑하게 돼서 너무 크게 다쳤거든.”

자랑의 목소리가 이어질수록 샤오메이의 어깨는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자랑이 말을 맺을 때쯤엔 어깨 뿐만 아니라 눈빛과 눈꺼풀까지 눈에 보이도록 흔들리고 있었다. 꽉 쥔 주먹이 덜덜 떨리는 것을 보고 자랑은 잠시 후 샤오메이가 저 주먹으로 자신을 치지는 않을까 생각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자랑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째서 한 사람밖에 모르는 겁니까? 뭘 믿고 그렇게 순정파요? 그러니 그렇게 잔뜩 상처입어 버렸지! 누구한테 그걸 하소연할 겁니까? 아니, 상처를 낫게 해 줄 사람을 받아들이기는 할 겁니까? 다음 사람을 당신 마음이 허락이나 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