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넌 이렇게 살아 있었네. 너를 그리워하며 하루하루 죽어가는 나와 대조적으로 말이야. 꿈에서 너는 언제나 피를 토하고 죽어가고 있는데 이렇게 살고 있었어.’

첫사랑 권수인이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잊지 못한 채 그녀를 그리워하는 성산물산 이사 최강현. 10년 동안 끝이 보이지 않는 그리움을 안고 있던 그는 어느 날 수인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큰 충격에 빠진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수인을 다시 만난 강현에게 차오르는 것은 반가움보다는 분노. 그는 두 번 다시 수인을 놓아주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하게 되는데…….

“인연이라는 게 뭘까?”

“엮이지 말아야 할 사람을 엮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

2. 작가 소개

세희

2007년 지성미디어를 통해 데뷔.

▣ 출간작

소유의 성

사랑 안 해

14%의 욕망

잔인한 복수 外

3. 차례

#프롤로그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에필로그

4. 미리 보기

“나한테 왜 이렇게 잔인해?”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넥타이를 잡던 그의 손이 허공에서 멈추는가 싶더니 주머니 안으로 들어간다. 비서실 직원들의 수군거림이 들렸고 그런 직원들을 보며 이사라는 직함을 얻은 이후 처음으로 거칠게 소리쳤다.

“모두 나가 있어.”

그의 명령에 누구 하나 거역한 사람 없었다. 사무실이 텅 비자 강현은 몸을 바로 세운 뒤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수인에게 시선을 향했다. 핏기 없는 얼굴, 어깨에도 오지 않는 작은 키, 예전에는 살집이 있었는데 지금은 삐쩍 말라 볼품없는 몸매, 인상을 찡그리며 그녀의 몸을 천천히 감상했다.

두 사람의 시선은 서로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10년 전 모습을 찾으려는 눈길은 거침이 없었다.

“죽을래?”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차가운 말투에 그녀가 한 걸음 물러섰다. 수인의 반응을 지켜보던 강현의 발이 움직인 것은 그때였다. 고양이가 쥐를 몰아가는 것처럼 천천히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었다. 등이 벽에 닿자 강현은 기다렸다는 듯 팔로 수인을 가뒀다.

“지금 잔인하다고 했어? 네까짓 게 잔인한 게 뭔지나 알고 그딴 말 지껄이는 거야. 여기가 어디라고 너 따위가 와서 이러는데!”

벽을 세게 내리치자 겁을 먹었는지 수인이 눈을 감았지만 일말의 동정심도 느낄 수 없었다.

“너한테 이런 대접 받을 이유 없어.”

언제나 그랬다. 순한 척 여린 척 보였지만 겉모습뿐이다. 자신에게 한마디도 지지 않고 대들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권수인, 이 여자 하나라는 사실을 여태 잊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화가 담겨 있다. 왜 자신이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알아야 하겠다는 말투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신은 그녀 때문에 10년 인생을 도둑맞았다. 흘러가버린 시간이 아깝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자신에게 연락 한번 취하지 않은 그녀의 잔인함이 싫어 견딜 수 없었다. 권수인이란 여자의 죽음을 막으려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 세상에 그녀가 없다는 의사의 말에 자신의 인생도 끝났다고 생각했었다. 과거의 기억들이 순식간에 밀려오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꺼지란 말이야.”

이를 악물고 있는 수인을 보는 그의 눈은 냉혹하다 못해 소름이 끼칠 정도다.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은 눈동자를 보고 있던 수인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강현을 만나러 오기 위해 힘을 쏟아 버려서인지 맥이 한꺼번에 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앞에서는 그런 내색을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강현에게 미움을 받아야 할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화를 내야 할 사람은 그가 아니라 바로 수인 그녀였다.

“비켜.”

보고 싶었는데, 그 마음이 그의 한마디에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자신이 알던 최강현이란 남자는 지금 앞에 있는 사람처럼 잔인하거나 무섭지 않았다. 그녀가 알던 그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그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었다. 벽에 닿았던 두 개의 손이 치워지자 벽에 기대었던 몸을 바로 세웠다. 강현을 바라보는 수인의 눈동자가 잔잔해졌다. 아픔도 분노도 없는 고요한 호수처럼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를 향해 아주 정중한 목소리로 그녀는 말했다.

“미안합니다. 귀중한 시간 빼앗아서.”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그의 입매가 딱딱하게 굳는가 싶더니 곧바로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차갑고 무서웠다.

“아주 재미있는 쇼야.”

“그래요? 다행입니다. 그럼 전 이만…….”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마. 그때는 널 죽여버릴 테니까.”

“나도 똑같은 말을 해야겠네. 최강현, 너도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언제 그렇게 정중했냐 싶게 그녀는 똑바로 그를 바라보며 10년 만에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얼핏 보면 기쁨의 미소처럼 보였지만 아픔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한 걸음 한 걸음 문 쪽으로 향해가는 그녀의 발소리가 넓은 사무실 안을 가득 채웠다.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굵은 음성이 들렸다.

“앞으로 네 인생 그리 평탄치는 않을 거야.”

“한 번도 인생이 평안했던 적은 없었어.”

“그래? 그럼 천천히 기대하고 있는 게 좋을 거야.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테니까.”

그의 말이 협박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수인은 강현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어디 마음대로 해보라는 듯 표정은 한없이 밝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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