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사기단 버금가는 동생 내외의 농간으로 골든 타임 러버에 발을 들인 시희는 평소 자신이 즐겨보던 드라마의 작가인 재환이 참가한다는 말에 출연을 결정한다. 그런 재환은 아무것도 모른 채 민준의 간곡한 부탁으로 출연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골든 타임 러버가 방송 되는 채널블루의 대표이사 취임을 준비하던 관우는 채널블루의 대표이사 자리를 걸고 멋대로 자신의 이름을 그곳에 넣어버린 주회장 덕에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다.
신생 케이블 방송국 채널 블루의 개국 특집 프로그램 ‘골든 타임 러버’ !
어떠한 간섭 없이 세 사람이 행동 하는 대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리얼 러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사방팔방 오픈 된 그들의 데이트. 케이블이라도 어쨌든 전국방송. 저녁 황금 시간대에 방송된다 하여 이름은 골든 타임 러버.
신 케이블채널 채널블루의 개국 특집 방송으로 기획 된 프로그램 ‘골든 타임 러버’에서 시희와 관우, 재환은 채널블루의 골든 타임을 책임지는 연인들로 변신하게 된다.
서로 편안하지도, 어색하지도 않은 미묘한 존재로서 시작된 세 사람의 얽히고 설킨 데이트는 불룩 튀어나온 보도 블럭 같은 일에 걸려 휘청거리고, 작가의 뜻과는 다른 엉뚱한 결론으로 치닫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세 사람은 미묘함 속에서 어린 새싹이 자라듯 서로의 감정에 대해 조금씩 변화를 느끼게 되는데.......


-본문 중에서-

“역시 재벌은 다르구나.”
재미나고 신기한 무언가를 본다는 듯 관우에게 고정 된 시희의 시선은 열심히 위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 벗고 있는 모습을 들킨 기분이 들었다. 신기하게 보는 그런 시선, 별것 아닌데 너무나도 신경 쓰였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이건 다른 게 아니에요, 당연한 거죠. 사람들은 관우 씨의 이런 모습을 당연하게 생각할 거예요. 만일 오늘 나처럼 차려입고 이곳에 나타났더라면 다들 수군거리며 당연하지 않은 그 모습으로 두고두고 뒷말들을 만들어낼 걸요?”
재환이 움직일 때마다 허리에 달린 크롬하츠의 체인이 어둡고 묵직한 소리를 냈다. 이 자식은 대체 돈을 얼마나 벌었기에 이런 비싼 물건을 허리에 차고 다니는 거야? 관우는 구겨지려 하는 얼굴을 억지로 감추며 지휘자같은 우아한 손짓으로 스낵바의 직원을 불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 생각이 없었는데 두 사람 모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있었다. 다른 걸 시키면 엄청난 이질감을 느낄 것 같았다. 시희가 그걸 알아챘는지 능글맞게 웃으며 관우의 옆구리를 쿡 하고 찔렀다.
“피곤한 일이다 그 일도. 그럼 여기서 내가 제일 팔자 좋은 건가?”
“그치, 우린 직업이 있는데 넌 없잖아. 백수.”
“야, 너는 이게 다 위대하신 할아버님 덕분이지.”
“그래도 백수보단 낫네요.”
스낵바 직원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 든 관우는 간도 보지 않고 뚜껑을 열어 시럽을 잔뜩 뿌렸다. 흥, 하여튼 온시희 저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건 변하지도 않았다니까, 여우 같으니라고.
“사람들의 수군거림보다 더 무서운 게 기자들일지도.”
시희와 관우가 투닥거리는 틈에 다른 곳을 보고 있던 재환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재환이 시선을 두고 있던 곳에는 상영관 입구에서 봤던 기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세 사람이 있는 쪽을 보고 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 사람들이 있는 정도의 거리에서 보면 셋이서 오순도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다. 시희와 재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만, 관우는 전혀 아니었다. 못마땅한 두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오순도순 한단 말인가. 어쨌든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이집트 왕자 같은 미소를 날리며 멀리 있는 기자들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로 하면 더 이상 이쪽을 보지 않겠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기자들이 카메라를 챙겨 들고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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