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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내 동생 건들면 너희는 다 죽은 목숨이다 6권 (완결)
몰포 지음도서출판 가하202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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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 979-11-300-519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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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나는 열여섯의 로잘리테가 되었다.
침대에서 굴러떨어지고 눈을 떴더니 고전, 막장, 피폐, 치정, 환장의 BL소설 ‘푸른 별밤의 아스테리온’에 빙의했다. 그것도 인생 막다른 길에 다다라 자살하는 남자주인공 아스테리온의 누나 로잘리테로.
스토리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결말에 이르렀는데 그 순간, 로잘리테에 빙의했던 열여섯 살로 돌아와 있었다.
이게 정답이 아닌 것 같았기에 동생을 곱게 키워봤다, 이번엔 외부요인으로 사망했고 로잘리테는 다시 회귀했다.
방향을 바꿔봤다. 동생이 아니라 자신에게 몰두하고 단련했다.
이것도 아닌 것 같다. 마법을 배우다가도 회귀했고, 마탑 졸업논문 완성 파티를 하다가도 회귀했다.
끝없이 열여섯으로 돌아오는 로잘리테 록스버그, 나는 곱게 죽을 방법을 찾고 있다.
2. 작가 소개
몰포
3. 차례
#21회차 : 스물셋의 변사하는 로잘리테 (2)
#외전 : Still alive
#스물셋의 로잘리테
#에필로그 (1)
#에필로그 (2)
#에필로그 (3)
#에필로그 (4)
#에필로그 (5)
4. 미리 보기
『잠깐!』
나는 크게 외쳤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그거 내 거야! 손대지 마!』
안 돼! 루시루시 죽는다! 죽으면 안 돼! 죽은 거 집에 가져가서 뭐 하게!
난 급한 마음에 “전자력 변환, 매뉴얼 컨트롤, 릴리즈.”를 외쳤다. 장식 검의 칼날이 철제여서 다행이었다. 내가 검을 조종해 루시루시를 묶고 있는 밧줄을 끊자, 컨트롤이 미숙한 탓인지 루시루시의 몸에 길게 상처가 났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 양반이 줄 끊어줬으면 빨리 여기로 뛰어와야지, 뭘 멀뚱히 거기 서 있나.
“뛰세요, 루시루시! 뭐 합니까!”
『아니, 그게, 저기…….』
남자는 자신이 제물감이든 뭐든 아랑곳 않고 가만히 서서 고민했다. 그리고 엄청나게 미심쩍은 얼굴로 입을 뗐다.
『자네 여기 왜 있나?』
“교황 할망구 족치고, 겸사겸사 루시루시 구하려고요.”
『그러니까. 날 대체 왜 구해?』
“그럼 구해야지, 죽게 내버려둡니까?”
『자넨, 그……. 양심이나 정의감 같은 거 없잖은가.』
“저도 양심이나 정의감 정도야 있습니다만, 여기 온 이유가 그 때문은 아니니 못 들은 셈 치죠.”
『그러니까. 왜 날 구하려는 건가?』
“집에 가져가려고요.”
뭐야. 다들 왜 그래. 내가 뭐 이상한 소리 했어?
요상꾸리한 표정으로 날 보는 건 루시루시만이 아니었다. 잭도 리온도, 파파님도 엄마도, 심지어 교황 할망구까지 내게 그게 무슨 뜻이냐 물었다.
하 씨, 이거 처음부터 설명하려면 되게 긴데. 내가 그리 말하자, 파파님이 교황 할망구에게 외쳤다.
“이보게 할망구! 나 이거 듣고 싶은데, 좀만 기다려주면 안 되겠나!”
“알겠습니다. 일시 휴전하죠. 저도 남의 연애담 좋아합니다.”
하하, 이 양반들 되게 웃기네. 사람들은 내 얘기가 어지간히 궁금했는지 무기를 거뒀고, 교황 할망구도 이단의 신관들에게 잠시 기다려라 명했다.
와아……. 자리 깔아주니까 괜히 창피한걸.
“아니, 그러니까. 저는 장차 록스버그 공작이 될 사람 아닙니까. 남편도 이미 있고. 쉽게 알레인을 벗어날 수 없는 몸이고.”
“응. 그렇지. 우리 도오터는 장차 공작님 될 분이지.”
“그런데 루시루시는 황태자였지 않습니까. 언젠간 황제가 될 테고. 역시나 라르골에선 벗어날 수 없는 몸이고.”
『어머어머 그렇지요. 이거 그런 겁니까? 국경을 뛰어넘은 황태자와 소공작의 러브 스토리 같은 것인가요?』
“그래서 여러모로 상황도 안 좋고 서로 조건도 안 맞아서 포기하고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기회가 생기질 않았습니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짓의 이유를 대부분 말해줬건만, 아직도 사람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휴, 하나부터 열 끝까지 일일이 풀어서 설명해줘야 하는 위인들 같으니. 어쩜 여자 맘을 몰라.
“잘 들으세요. 제가 4황자를 지지해서 황제 자리에 올려놓으면, 당연히 루시루시는 폐태자 될 것이 아닙니까. 네르바 황자의 성정을 봐서는 표면적으로는 유배 보내고 나중의 위협을 대비해 없애버리긴 할 텐데. 어쨌든 이 상태의 루시루시는, 황족도 뭣도 아닌 무국적자가 아닙니까.”
“……그렇지?”
“무국적자라면 집에 데려오는 데 하등 문제가 없지요. 서류상 무국적자에 신원 불명의 인간이라고는 하나 전직 제국의 황태자였던 자를 제 적에 올린다 하면, 남편인 글렌의 명예에 흠갈 것도 없고. 오히려 사람들은 그 대단했던 루키우스 황태자가 있는데도 퍼스트 자리 지켜냈다며, 글렌을 대단하다 여길 겁니다.”
『으음……. 제가 기대했던 상큼 풋풋한 로맨스가 아니군요.』
“일단 데려온 다음엔, 대여섯 번 거사 치르고 합이 영 안 맞으면 파혼할 겁니다. 길에 놓아줄 테니 알아서 살라지요.”
“도오터야, 내가 이 말만은 안 하려고 했는데, 너 참…….”
『쓰레기네요. 한번 주워 왔으면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돌봐야지요.』
“로지야, 나 에디보다 성격 나쁜 사람 처음 봐.”
“괜찮습니다 누님. 저는 성격 더러운 누님도 사랑합니다.”
아니 왜애?! 이거 양쪽에 이득밖에 없는 거래야, 왜 나를 쓰레기 취급이야!
난 재수 좋으면 루시루시 집안에 두고 평생 볼 수 있고, 내 남편 될 사람이라면 록스버그 사병들을 믿고 맡길 수 있었다. 에다넬리는 정예라 불릴 이들이 많았고, 노이트람과 비에나르는 체계 잡힌 군을 통솔하고 있었으니, 이쪽 방면에서 록스버그가 꿀리는 게 사실이 아닌가.
루시루시는 그간 제국군을 통솔한 경험도 많고 실적도 대단하니, 록스버그 사병들을 맡겨놓으면 금방 성장시킬 수 있을 거다.
“알레인은 법적으로 중혼이 가능합니다! 남편 세 명까진 합법이에요! 게다가 루시루시가 공작저를 떠나고 싶다 하면 아무 조건 없이 보내주겠다는데, 어째서 이게 쓰레기 소리 들을 일입니까!”
『이보게. 나 여기 떨어지면 되는 건가?』
『아, 의식에 절차라는 게 있어서……. 조르아브 신께 바친다는 의미로 먼저 정결한 검에 찔려주셔야 합니다.』
『빨리 준비해주게. 찔리고 뛰어내릴 테니.』
“얌마! 루시루시! 죽지 마! 왜 뛰어내려! 내가 데려가주겠다잖아!”
『차라리 죽고 말지!』
아 왜애애애!
야! 너 나 좋아하잖아! 밤이면 밤마다 침대에 숨어들어서 이 짓 저 짓 다 했으면서 왜 이제 와서 빼! 너같이 별 볼일 없는 몸뚱이에 이혼은 두 번 하고 나이는 서른다섯이나 먹은 폐태자를, 나 말고 누가 데려갈 거나 같아?! 내가 열이 받아서 왁왁거리자, 엄마가 대뜸 허리를 숙이며 우리 딸이 입이 험하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파파 역시 내 머리를 잡더니 억지로 숙이게 했다.
“도오터야 너도 빨리 미안하다 해. 진짜 남편 삼을 사람이면 좋아한다 사랑한다 예쁜 말만 해줘도 모자랄 판에. 이게 무슨 짓이냐.”
“아니, 마음에도 없는 말 하는 게 더 실례 아닙니까!”
“아이고오 총각! 내가 대신 미안하네! 우리 애가 세상 물정을 몰라! 아이고오!”
잠깐만요, 이러다 저 양반 진짜 뛰어내린다니까? 루시루시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빨리 가야 돼!
파파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용쓰는데, 내 곁을 누군가 지나갔다. 결연한 걸음걸이의 남자는 심호흡하더니 내게 물었다. 아스터에게 얻어터진 뒤로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잭 브라운 씨가, 지금 이 순간, 입을 열었다.
“먼저 묻겠습니다요 아가씨. 여긴 황궁이 아니니, 제 발언의 자유는 돌아온 것이 맞습니까요?”
“어? 어엉, 이치상 그렇지?”
“좋습니다. 도련님, 비트 주십쇼.”
뭐야. 뭔데? 너 랩 하게? 잭이 비트 달라는 것도 이상해 죽겠는데, 하란다고 진짜로 하는 리온은 더 이상했다. 리온은 칼집에서 검을 넣었다 뺐다 하며 짤그락짤그락 일정한 박자로 소리를 냈다.
“우선은 말합니다. 아가씨가 잘못했습니다. 이의 있는 사람은 핸즈 업.”
저요! 저요오! 나나나나!
내가 억울해서 손을 번쩍 드는데, 엄마가 살그머니 내 손을 잡더니 쑥 내렸다. 엄청난 힘이었다.
“내 이름은 잭 브라운, 안나 브라운과 윌리엄 브라운의 사남이자 글렌 님 하소연 들어준 세월만 7년. 앞으로 평생 저 아가씨 끼고 살 거라면, 저를 기억해두심이 좋습니다요, 라르골의 루시루시 님.”
『평생 볼일 없다. 난 여기서 뛰어내릴 거니까.』
“먼저 퀘스천. 아가씨는 루시루시 님을 사랑합니까요?”
“뭐, 썩, 사랑까지야…….”
“이어서 또 질문. 루시루시 님을 좋아합니까요?”
“물론이다. 내가 루시루시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많이 좋아합니까요?”
“많이 좋아한다!”
“루시루시 님이 청한다면, 얼마만큼 해줄 수 있습니까요.”
“뭐 쌍방 죽지 않는 선에서라면, 최선은 다해봐야지.”
“그거 목숨 빼고 다 내어줄 수 있다 이 말 아닙니까?”
“남편으로 들일 사람이라면, 내 그 정도 해주는 게 도리지.”
“남편 한정이라 이 말씀입니까요.”
“당연하지. 아무 관계도 아닌 놈에게 내가 뭣 하러 마음을 써줘.”
리온의 비트가 멈췄다. 잭은 다시금 심호흡했다. 그리고 속 터진다는 듯이 루시루시에게 외쳤다.
“봤습니까! 이게 이 여편네 최대한의 애정표현입니다! 이 아가씨는 글렌 님이 자기 떠날까 봐 월급 올려주고 영지 쥐여준 다음 안심하는 여자예요!”
『…….』
“이만큼이나 확인시켜줬으니 저는 제 할 일 다 한 셈입니다요! 그냥 도망가쇼! 내가 더 이상 나쁜 말은 하기 싫고. 이 아가씨한테 발목 잡히지 말고, 그냥 죽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얘 너 어쩜 말을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니. 그러잖아도 죽겠다는 사람을, 죽으라고 등 떠밀면…….
『잠깐. 생각 좀 해보지.』
저 양반은 왜 또 설득당했대? 아니, 심한 소린 잭이 훨씬 많이 했는데. 왜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쟤 말은 들어?
『내가 그래도 라르골의 황태자였던 사람이다. 정식 남편은 내가 되어야지. 나도 그 글렌이라는 가젤은 마음에 드니, 정부로 끼고 다니는 것까진 허락하겠네.』
“나 아니면 받아줄 곳도 없으면서 되게 잰척하네. 이혼 두 번, 서른다섯 주제에.”
『이보게. 칼은 아직인가?』
왜 또 죽겠다는 건데! 왜 또!
내가 화딱지가 나서 외치는데 기어이 이단 측의 신관이 새로운 검을 가져왔다. 나는 급해서 파파님과 엄마를 불렀으며, 둘은 엄청나게 떨떠름한 얼굴을 하더니 몸을 풀었다.
“쟤 데려오면 얌전히 지내는 거다, 로지야. 죽겠다는 소리도 하지 말고.”
“제발 말 좀 예쁘게 하거라, 도오터야. 그러다 있던 남편도 도망간다. 나 손주 보여줘야지.”
알겠으니까 빨리 전기로 지지든 뭐든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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