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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내 동생 건들면 너희는 다 죽은 목숨이다 4권
몰포 지음도서출판 가하202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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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 독자평점 | :  [참여수 0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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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 979-11-300-518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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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나는 열여섯의 로잘리테가 되었다.
침대에서 굴러떨어지고 눈을 떴더니 고전, 막장, 피폐, 치정, 환장의 BL소설 ‘푸른 별밤의 아스테리온’에 빙의했다. 그것도 인생 막다른 길에 다다라 자살하는 남자주인공 아스테리온의 누나 로잘리테로.
스토리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결말에 이르렀는데 그 순간, 로잘리테에 빙의했던 열여섯 살로 돌아와 있었다.
이게 정답이 아닌 것 같았기에 동생을 곱게 키워봤다, 이번엔 외부요인으로 사망했고 로잘리테는 다시 회귀했다.
방향을 바꿔봤다. 동생이 아니라 자신에게 몰두하고 단련했다.
이것도 아닌 것 같다. 마법을 배우다가도 회귀했고, 마탑 졸업논문 완성 파티를 하다가도 회귀했다.
끝없이 열여섯으로 돌아오는 로잘리테 록스버그, 나는 곱게 죽을 방법을 찾고 있다.
2. 작가 소개
몰포
3. 차례
#외전 : 마리아 님이 보고 계셔
#22회차 : 스물둘의 로잘리테 (4)
#22회차 : 스물셋의 로잘리테
#외전 : 누님을 여름날에 빗댄다면
#22회차? : 스물셋의 로잘리테
#외전 : 내 삶을 눈물로 채워도
#21회차 : 스물셋의 로잘리테 (1)
#외전 : Waiting for RozRoz
4. 미리 보기
“야호! 죽겠다!”
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죽을 것 같아서 소리를 지르고 아빠 책상에 대가리를 박았다.
공작대행 업무를 본 지도 어언 이틀째. 일은 손에 익지 않고, 빨리도 자리 털고 일어난 윌리엄 경이 옆에서 잔소리는 해대고, 내가 공작대행이라는 소식 듣고 이때다 싶었던 왕정파 놈들은 법무부를 통해 공문을 바글바글 올려댔다.
이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놈들이, 별 쓸데없는 안건까지 창작해서 날 귀찮게 하질 않겠나. 대체 노면전차에 애완동물 동승 금지라는 항목을 물고 늘어지며, 애완용이 아닌 동물은 그럼 동승해도 괜찮은 거냐며 조례 개정을 요구하는 건 대체 누구 머리에서 튀어나온 아이디어인가.
이놈들, 내가 이름 다 기억해뒀다. 나중에 아빠 복귀하고 나 한가해지면 죽을 줄 알아. 이 공작저에서 두 번째로 쪼잔한 날 건들면 어떤 꼴을 당하는지, 내 똑똑히 보여주지.
책상에 이마를 괸 채로 이빨을 바득바득 갈고 있는데, 내 바로 곁에 누군가 서류 뭉텅이를 쿵 올려놓았다. 이마만 굴려 옆을 보니 글렌 공자께서 서 있었다.
나는 억울한 마음에 잽싸게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박았다.
“공자!”
“예.”
어째 글렌의 목소리가 매우 지치고 건조하게 들린다.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있는 대로 뱉어냈다.
“우리 손잡고 도망치지 않겠나? 공작 후계자 자린 리온 주고 저 멀리 떠나는 거지. 저어기 저 체레피아 연방의 바닷가 마을에 집을 하나 크게 짓고 살자꾸나. 마당에 작게 밭도 일구고 큰 개도 하나 키우고, 아들은 루크가 있으니 딸 하나만 더 낳자!”
“로잘리테 님…….”
내가 그의 가슴팍에 머리를 묻은 채 뱅뱅 돌리고 있자, 남자는 내 머리를 떼어내 얼굴을 잡더니 시선을 맞췄다.
“저는 로잘리테 님께서, 장차 공작님이 되실 분이었기에 결혼한 겁니다.”
“록스버그가 아닌 나는 관심 없으시다?”
“예.”
“나빠!”
요놈 요놈! 너무하는구나 요놈아!
내가 글렌의 가슴에 꿍꿍 대가리를 박자, 남자는 농담이니 화내지 말라며 웃었다. 요놈 요놈, 이거 우리 집에서 오래 살았다고 사람 놀리는 게 늘었어.
“장난 그만 치시고 준비하세요. 시간 됐습니다.”
엥, 무슨 시간 말입니까?
슈퍼비서 브라운 여사께서 안경을 번뜩이며 말하는데, 나는 짚이는 것이 없어 질문했다. 내가 글렌의 가슴에 머리 박은 채로 고개만 돌려 여사를 향하자, 여자는 한숨 한 번 쉬더니 책상에 붙여놓은 오늘 스케줄표를 가리켰다.
“나탈리 공주님께서 급히 오신다 하지 않았습니까. 맞선 소식을 기다리고만 있다간 할머니 되겠다면서.”
“아차아…….”
맞아, 카포가 오시는구나.
내 쪽에서 먼저 맞선 봐주십사 하고 말 꺼낸 게 벌써 몇 년 전인데, 안달 나실 만도 하지. 아이고 이거. 마련해둔 사죄선물 꺼내도록 하고, 재떨이, 재떨이 준비시켜야지. 그분 담배 없으면 손 떠는 수준의 골초라 하니까.
우리 집은 아무래도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다 보니, 따로 챙기지 않으면 손님방에 그 흔한 재떨이가 하나 없었다.
“잠깐, 잠깐만요 로잘리테 님. 저도 동석하겠습니다.”
엥? 글렌 자네가 왜?
테오도르 씨와 관련된 일인지라 접대 인원은 나 하나로 충분했다. 집안일이 아니니 공자께선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지. 그 때문에 브라운 여사와 윌리엄 경만 데리고 가려 했는데, 이 양반이 절뚝거리며 다가와 내 손을 꼭 잡았다.
“카포는 내가 상대할 테니, 넌 여기서 편히 있어도 된단다.”
“아닙니다. 일전에 자넷 양도 그렇고……, 여자도 방심 못 합니다.”
자넷 양이 왜? 그 아이라면 마카온 님 데려와주는 것도 모자라서 우리 집 일까지 싹싹 다 도와주고 돌아갔지 않니. 도로시 님 취임식 때문에 저도 바빴을 텐데, 애가 참 정이 많어.
여유 생기면 또 도우러 오겠다 말하고 떠났던 자넷 양이 참 착하고 기특해서, 칭찬을 잔뜩 하는데 글렌이 입술을 깨작깨작 깨물고는 질문했다.
“로잘리테 님께선, 그분이 마냥 착해서 돕는다고 생각하십니까?”
“뭐어, 물론, 에다넬리와 우린 공생관계기도 하고. 장래를 생각해서 내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겠지만…….”
“아뇨, 됐습니다. 로잘리테 님께 제가 뭘 바라겠습니까.”
뭐야 뭐야, 뭐 바라는 거 있니?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내 뭐든 사주마. 그리 말하자, 글렌 공자께선 입을 틀어막고 우는 소릴 냈다.
뭐야, 이번엔 또 왜 울어. 자네 오늘따라 감정기복이 심하구먼, 늦은 사춘기인가? 어디 보자, 스물여섯이면……, 사춘기 맞긴 하네.
“작은주인님, 나탈리 님께서 도착해 계십니다.”
아이고 이런. 그러잖아도 내가 미안한 입장인데 늦기까지 했나.
난 하인의 보고를 듣고 응접실 문 앞에 서서 글렌 공자의 옷매무새를 다듬어줬다. 공자 역시 내 머리장식을 다시 꽂아주며 어디 흐트러진 곳이 있나 살폈고, 우린 서로의 옷차림을 뱅뱅 돌며 확인한 다음 문을 열고 입실했다.
죄송합니다 사과부터 꺼내려는데, 카포께선 날 발견하자마자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고는 양팔을 활짝 폈다.
“오! 만나서 반갑소, 자매여!”
오, 오오, 저도 반갑습니다!
여자가 너무 살가워하며 내게 다가왔기 때문에, 난 덩달아 반갑습니다 하고 여자를 껴안았다. 나탈리 공주님은 나를 껴안고 격하게 등을 후려치더니, 양쪽 볼을 부대끼며 쪽쪽 소리를 냈다.
“이거 죄송합니다. 제가 먼저 말 꺼내놓고, 지금까지 기다리시게 하여…….”
“하하하! 그거야 괜찮소! 그대가 내 자매인 이상,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지. 오히려 참지 못하고 여기까지 달려온 내가 부끄러울 뿐이네!”
아……, 음……, 그러시군요.
난 공주님께서 자매 자매 거리시는 것이 낯간지러웠지만, 침착하게 니메르니아 공국의 문화를 떠올렸다. 이 동네랑 자매결연 맺은 이상 아빠랑 나는 저 집 식구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저 동네 왕족들은 본인이 형제자매라고 인정한 사람에게서 형제자매 취급 못 받으면 화낸다.
좋아, 오늘부터 공주님은 내 언니다. 이야, 나 언니 생겼다, 신난다!
“오늘은 공작님께서 병환 중이신지라 제가 이렇게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빅 시스터. 동생의 접대가 모자란 점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봐주세요.”
“하하하! 모자란 점이 있을 리 있나, 이렇게 얼굴만 봐도 좋은걸! 편하게 언니라고 부르게!”
“쿠훌럭.”
이분 힘 되게 세네.
다시금 내 등을 탕탕 친 공주님은, 내게서 떨어지더니 이번엔 글렌을 목표로 삼고 팔을 활짝 벌렸다.
글렌 공자께선 긴장한 얼굴로 침을 꼴깍 삼키더니 팔을 펴고 안길 준비를 하셨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처……, 처형?”
“그대가 내 누이의 남편인가! 과연 듣던 대로 곱군!”
음, 그렇지요. 내가 고개를 끄덕끄덕거리고 있는데, 공자께서 편치 못한 표정으로 꼼지락거렸다.
……쟤 어지간해선 안 꼬물거리는데. 무슨 일이지? 그보다 빨리 떨어져. 언제까지 안고 있을 거야?
“이만하고 앉으세요. 제가 언니께 죄송해서 선물도 준비하지 않았겠습니까.”
“이거 내 주책 때문에 누일 번거롭게 하는군.”
내가 소파에 앉아 자리를 권하자, 여자는 글렌의 손을 잡고 내 옆자리까지 에스코트한 다음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하하, 오늘 공자께서 지팡이를 장식으로 가져왔나 보네.
“약소합니다만…….”
내가 선물상자를 열고 내용물을 보였더니, 여자는 휘파람을 불고는 금장 머스킷 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구경하다 장난스레 웃더니, 견착(肩着)을 하고 내게 총구를 겨누었다.
“!”
당장이라도 윌리엄 경이 여자의 목을 칠 기세라, 난 손을 들어 남자를 제지하고 몸을 사리는 척했다. 이 양반이 입으론 괜찮다 괜찮다 했으면서, 단단히 맘 상해 있었구먼.
“어휴, 깜짝 놀라지 않았습니까. 심장 떨어질 뻔했습니다.”
“장전도 안 했는걸 뭐.”
“선물드릴 것이 아니고서야, 그런 흉흉한 물건 구경할 일도 없었는걸요. 그저 당기면 총알 날아가는구나 하지요. 제가 많이 모자랍니다.”
“동생이 이리도 심약한 줄은 몰랐어. 내 앞으론 조심하지.”
그래요, 나 위협하고 기분 풀리셨으면 빨리 본론이나 말하고 헤어지십시다.
우선 체재 일정과 입국 목적 등, 왕세자 저하를 꼬셔서 자빠트리겠다는 속내를 만천하에 공개하고 다닐 수는 없기에 그럴듯한 핑계부터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 우리 세상 예민하고 섬세하신 테오도르 씨께서, 경계하지 않고 공주님께 다가갈 수 있겠지.
대외용 목적을 몇 가지 추려놨기에 어느 것이 좋겠느냐 물어보려 했는데, 공주님께선 동행한 부하들을 시켜 시가 케이스부터 열어젖혔다.
담배 끄트머리를 뚝 잘라 불을 붙이는 부하는 아래위로 시꺼먼 정장을 입고 있었고, 공주님 역시 시꺼먼 양복에 시꺼먼 롱코트에 시꺼먼 중절모까지 쓰고 있었던 터라, 그림이, 영……, 저게…….
여기가 록스버그야, 시칠리아야.
“콜록.”
칼단발을 한 회백발의 여자가 시가를 물고 있으니 참으로 그림이 된다 생각하고 있는데, 내 곁에 앉은 글렌이 콜록콜록 기침했다.
시가 연기가 독하기는 하지. 그리고 아까 공주님과 포옹할 때 담배 냄새 확 풍기던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이 기회에 여자를 떠보는 게 좋겠다.
“외람됩니다만, 저희 왕세자 저하께서 얼굴값을 하는 분이셔서. 아주 깔끔을 떨고 예민하시질 않겠습니까.”
“그건 이해하네. 초상화를 처음 받아봤을 때부터 아주 섬세하실 것 같은 미인이시다 싶었지. 상상대로야.”
“그런 분이시니, 담배 냄새라면 질색을 하실 겁니다.”
“…….”
우리 동네 왕세자 저하 잡고 싶으면 담배를 절제하는 성의 정도는 보여봐.
아무리 우리가 이해타산으로 만나 국혼을 진행하려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다 해도, 저만 아는 여자를 테오도르 씨에게 붙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저하께서 정붙이고 살 수 있어야 왕손도 순풍순풍 나올 것 아닌가.
공주님께선 제 손가락에 걸린 시가를 한참 쳐다보더니, 눈을 꾹 감고 시가를 내밀자 부하가 시가 끄트머리를 잘랐다.
“결혼만 성사된다 하면, 내 앞으로 이건 평생 쳐다보지도 않겠네. 얘들아, 남은 것도 전부 처리해라.”
“예, 카포.”
흐으으음, 그래요. 각오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금연 약속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입니다.
나는 공주님께서 말만이라도 예쁘게 해줬기 때문에 아주 흡족하게 웃었고, 빠르게 체재 핑계 건을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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