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당신께 더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지…….”

“괜찮아요. 전 더 이상 바라는 게 없거든요. 인생은 말이에요, 자기가 번 돈으로, 자기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 거예요.”

돈에 팔려가는 결혼이 끔찍해서 공작이 내민 마지막 기회를 필사적으로 잡긴 잡았는데…… 이억 골드의 상속 예정자라고?

공작님 어디 아프세요? 제가 아는 분 중에 가장 미치셨어요!

당신은 나의 소중한 인재니까요. 당신을 위해 이 정도쯤이야!

돈놀이의 천재 도린 브래드쇼의 역대급 금융 판타지!

“제가 당신한테 정말 반했을 수도 있잖습니까?”

“전 이해관계가 확실한 걸 좋아해요. 왜 저한테 이렇게까지 하시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 저는 공작님을 믿을 수 없어요.”

“원래 받을 사람이 없었던 재단입니다. 그걸 미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해야죠.”

“그렇지만…….”

“전 후회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처음 본 순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한 것을. 당신을 손에 넣었으니 만족합니다.”

2. 작가 소개

김코끼리

오래 생각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출간작

사슴뿔 황비님

3. 차례

#6-2. 헤지의 법칙 : 늘 최악을 대비하라

#7-1. M&A의 법칙 : 인수회사의 회계를 파악하라

#7-2. M&A의 법칙 : 인수회사의 회계를 파악하라

#Epilogue

#외전 1

#외전 2

4. 미리 보기

데이먼이 놀란 표정으로 도린을 쳐다보았다. 도린은 빙긋 웃었다.

“저 사실 팔라스만에서 번 돈으로 착한 일 했었는데. 부끄러워서 말 안 했어요.”

그때 도린은 거의 몇백만 골드에 가까운 이득을 얻었다. 돈을 벌었어도 정작 쓸데도 없고, 주식투자에 몰두할 시간은 더욱 없었다. 그래서 도린은 답지 않게 그 돈으로 착한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팔라스만에서 번 돈은 팔라스만에서 끝내야 맞는 것 같았다.

그녀는 스완슨 씨를 통해 팔라스만의 시장에게 지역발전에 써달라고 기금을 위탁했다. 시장이 능력이 있었던 건지,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만한 인프라가 구축되었다. 워낙 아름다운 바다를 가지고 있는 만큼, 관광도시로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했다.

도린은 뿌듯한 마음으로 조명을 받아 밝게 빛나는 팔라스만의 밤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장난스럽게 코끝을 찡긋했다.

“그때는 왠지…… 공작님한테 다시 고향을 되돌려주고 싶었거든요.”

왜 그랬을까요?

도린은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데이먼을 쳐다보면서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데이먼은 순간 눈시울이 붉어질 것 같았고, 살면서 이것보다 더 사랑스러운 존재를 찾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짐짓 태연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아마 그때부터 저한테 반하셨나 봅니다.”

“으음, 글쎄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도린은 심드렁하게 대답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흥미를 끄는 것을 발견했는지, 데이먼의 팔을 붙잡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우리도 춤출래요?”

“춤……이요?”

“저기.”

사람들이 모래사장에서 모닥불 주위를 돌며 춤을 추고 있었다. 하나같이 연인들로, 느린 탱고 리듬에 맞춰서 한 손은 맞잡고 한 손은 허리에 두르고 있었다. 당연히 그러자고 할 줄 알았는데 데이먼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 표정을 했다.

“별로인데.”

“왜요?”

“당신이 춤추는 건 저만 보고 싶으니까요.”

도린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의 팔을 밀쳤다. 데이먼은 피식 웃으면서 도린을 안아 들고 모래사장으로 향했다.

해안가로 갈수록 바닷소리가 점점 시원하게 들렸다. 모닥불이 타는 소리와 파도 소리가 어우러져 근사한 조화를 이루었다. 도린은 수평선을 찾으려고 했지만 검푸른 바다와 검푸른 하늘이 어디쯤에서 닿아 있는지 제대로 찾기도 힘들었다. 그림 속에 들어온 듯한 묘하게 비현실적인 감각이었다. 올려다본 밤하늘에는 빼곡히 별들이 가득 차 있었다.

데이먼은 아무도 없는 모닥불 앞에 도린을 내려주었다. 아무도 없는 모닥불에서 단둘이 손을 잡고 있으니 아주 묘한 기분이 들었다. 데이먼이 도린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 멀리서 느린 음악이 아련하게 흘러나왔다. 도린은 데이먼이 이끄는 대로 잠자코 움직였다.

정말, 머리가 이상해질 정도로 예쁜 밤이다. 밤하늘 속에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끔찍하게 잘생긴 남자를 보고 있노라니 더욱 그랬다. 데이먼은 의심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애정이 담긴 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할 말이 있습니다, 레이디 도린. 진지한 말이니까 진지하게 들으셔야 합니다.”

도린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진지한 말인지 데이먼의 표정이 퍽 엄숙해졌다. 그는 미간을 좁히고 진지하게 말을 시작했다.

“레이디 도린, 가진 거라곤 이억 골드와 공작위밖에 없는 모자란 남자지만…….”

“공작님, 보통 그런 사람을 두고는 모자라다고 안 해요.”

“그래도……, 앞으로도 오래오래 제 곁에 있어주시겠습니까?”

“그러니까…….”

“만약 곁에 머물러주시면, 저도 더 최선을 다해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제 말 하나도 안 들었죠?”

도린은 볼멘소리를 냈다. 데이먼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진지한 말을 할 때는 집중해야 하거든요.”

도린은 자기도 모르게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작은 두 손을 뻗어서 데이먼의 양 뺨을 꽉 쥐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끌고 와 그의 이마를 자기 이마와 맞닿게 했다.

“맹세할게요.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있겠다고.”

도린은 이마를 댄 채로 살짝 눈을 떴다. 그리고 삼킬 듯이 열렬하게 그녀를 보고 있는 데이먼과 눈이 마주쳤다.

‘어……라?’

아마도 그녀의 행동 어떤 지점이 그의 임계점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데이먼은 단단한 한 팔로 도린의 허리를 꽉 휘감았다. 그리고 반대쪽 손으로 품에 꽉 안긴 그녀의 뺨을 몇 번이나 만지작거렸다. 도린은 그 행동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를 만큼 순진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주 약간 턱을 들어올리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곧 따뜻하고 부드러운, 살결과는 아주 다른 질감의, 한 번 맛보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독특한 감촉이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서로의 첫 키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