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양반이 엄마랑 아버지 대학 선배라는 건 알고 있지?”

“예.”

“그 분 아니었으면 너는 죽었을 거라는 것도.”

“예.”

“그 때문에 불쌍한 그 아이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것도.”

“…….”

샤방한 외모에 국내 최고의 보컬그룹의 리더로 승승장구의 길을 걷고 있는 시건.

부모님은 생명의 은인이었던 아빠 선배의 딸 모모와 꼭 결혼하라며 압력을 행사한다.

부모님끼리 친해서 어릴 적 오누이처럼 지내온 모모와의 결혼이라니!

게다가 시건은 여자 친구까지 있는데 말이다.

시건은 부모님의 뜻을 꺾기 위해 혼자 시골에 살고 있는 모모를 찾아가는데……

국내 최고의 가수가 된 시건.

부모님들의 강압에 은인이었던 분의 딸 모모와 결혼 할 위기에 놓인다.

부모님의 뜻을 꺾기 위해 모모를 찾아간 시건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으아아, 뱀. 뱀한테 물렸어요.”

“그래, 그래. 울지 마. 괜찮아.”

겁먹은 시건을 달래며 모모 아빠는 입고 있던 긴팔 셔츠의 팔 하나를 힘껏 뜯어내 피가 통하지 않게 뱀에 물린 다리의 발목을, 손가락하나 들어갈 여유를 남기고 동여맸다. 그리고는 진흙이 잔뜩 묻어 피가 줄줄 흐르는 시건의 발등을 농수로 대충 씻은 뒤 입으로 세게 빨아 뱉어냈다. 원래는 십(十)자 모양으로 째고 빨아내야 했지만 칼도 없는 다급한 상황이라 그냥 독을 빨아냈다. 그때서야 그들이 있는 곳으로 희정과 근석, 모모가 다가왔다.

“시건아! 뱀에 물렸어? 엄마야, 어떡해.”

“얼른 병원 갑시다. 선배.”

“응. 일단 독부터 빨아내고.”

계속해서 시건의 발등에서 피를 빨아낸 모모 아빠는 이만하면 되겠다 싶어 냉큼 시건을 번쩍 안아 올렸다.

“모란아, 이장 아저씨네 가서 트럭 좀 빌려 달라고 해. 얼른 뛰어.”

“응!”

상황이 급박하다보니 모모는 짧게 대답하고 맨발로 논두렁을 잽싸게 뛰어갔다. 그 뒤를 따라 시건을 안은 정석과 희정, 모모 아빠가 심각한 얼굴을 하고 뛰기 시작했다. 아들이 뱀에 물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희정이 기어코 눈물바람을 하자 근석은 그런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안심시켜주었다.

“뭘 울고 그래. 그냥 꽃뱀 같은 거야. 그런 건 독도 없어.”

“그래야 할 텐데. 흑흑, 시건아.”

들썩거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그들은 이장네 트럭을 빌려 타고 사거리의 병원으로 향했다. 모모는 멀어져가는 트럭의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시건은 곧바로 상처를 소독하고 항독소 주사인 코박스와 2차 감염을 예방하는 주사를 맞았다. 혈압과 심박동, 호흡 등을 체크한 의사는 응급처치를 잘해서 쇼크에 빠질 염려는 없다며 희정과 근석의 불안한 마음을 걷어내 주었다.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던 시건이 희정을 쳐다봤다. 아들과 눈을 마주한 희정은 이제야 안심이라는 듯 시건의 이마를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괜찮대. 시건아, 걱정하지 마.”

희정의 말에 시건도 적이 안심이 되는 얼굴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별로 크지도 않은 물뱀이 자신의 발등을 물고 잽싸게 도망갈 때는 심장이 멎을 것처럼 무섭고 떨렸지만 지금은 괜찮아졌다. 어쩐지 서울 가면 자랑스레 늘어놓을 무용담이 생겨 이것도 썩 나쁜 경험은 아니라는 생각까지 드는 시건이었다.

의사와 나가 몇 마디 말을 나누고 들어오는 아빠와 모모 아빠가 웃는 낯으로 희정과 시건에게 다가왔다.

“아들, 이제 괜찮지?”

“예.”

하지만 살짝 뒤처져 다가오던 모모 아빠의 얼굴빛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정석은 아까부터 자꾸 시야가 침침해지고 울렁증이 일어 침 맛이 시큰하게 느껴졌다. 아까 약 뿌릴 때 마스크를 안 해서 그런가? 한 발 한 발 그들을 향해 걷던 정석은 흐릿해지는 시야를 바로 잡으려 눈을 몇 번 깜박이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나 좋아지기는커녕 어지럼증만 더 커져 그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아저씨!”

“선배!”

[프로필]

박주미

아줌마면서 아가씨라는 호칭에 뒤 돌아보는 여자.

징하게 말 안 듣는 미운 네 살 아들을 둔 엄마.

로맨스 읽는 것을 좋아해서 로맨스를 쓰기로 작정한 사람.

현재 소망은 깽깽이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이 수준급이 되어

비브라토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것.

- 출간작

미워도 좋아

[목차]

프롤로그

1. 추억과의 조우

2. 추억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

3. 피아노 정도는 칠 수 있는 알량한 신앙심.

4. 겨울 방학식 하는 날.

5. 홀로서기 그 첫 번째.

6. 너 요즘 이상해.

7. 복돼지도 복주머니도 아닌 하트모양.

8. 강물이 흘러서 바다로 가는 것처럼…….

9. 위기일발.

10. 세상에 제일 흔한 좋은 사람.

11. 기차는 종착역을 향해 달리지요.

12. 세 번째 키스.

13. 한여름 밤의 추억.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