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용 차양을 만들어 파는 앤젤라의 일상은 평온했다. 어느 날, 시아버지 하비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은 샬로트가 사라지고, 누이 샬로트의 배를 인수하기 위해 켄트 퍼거슨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겐트와의 만남은 운명 같은 것이었다. 둘 사이의 강렬한 눈빛, 전율, 그리고 처음 느껴 보는 묘한 감정. 앤젤라는 속절없이 그에게 이끌리는 자신의 감정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녀는 소녀시절 충동적 사랑에 빠져 결혼했지만 남편이 상처만 남기고 죽은 이후 남자를 멀리해 왔다. 특히 켄트처럼 냉정하고 거만한 남자는 더욱 피하고 싶었다. 과연 앤젤라는 켄트의 절실한 사랑을 저버릴 수 있을까?

▶책 속에서

「당신이 옳아요. 내겐 모순된 점이 있어요」

앤젤라는 두 팔로 자신을 감싸 안으며 시인했다.

「그래요, 난 당신을 원해요. 하지만 당신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난 오래 전에 이미 쓰라린 경험을 했어요. 앞뒤 안 가린 열정에 몸을 내던지는 일일랑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요」

겐트는 무서울 정도로 조용하게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 마치 그녀의 약점을 찾으려는 듯.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거요, 앤젤라?」그는 매우 이성적인 어조로 말했다.

「우린 영원한 관계를 따질 필요는 없소. 다만 당신과 나, 우리 사이에 뭔가 채워지지 않은 부분을 말할 따름이오」

앤젤라는 그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관계를 갖는 일 말인가요?」

「어떤 식으로 말해도 상관없소」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난 그걸 원하오. 당신도 마찬가지일 거요. 그 외에 다른 일을 두려워하는 거라면, 안심해도 돼요」

▶ Contents : 1 ~ 11